쌀벌레 퇴치법은 없을까?

지난 7월말부터 8월초까지 온가족이 일주일 동안 여름휴가를 다녀오느라 집을 장시간 비웠습니다. 집을 단속한답시고 모든 문을 꽁꽁 닫고 나갔는데, 공교롭게도 그 주간이 올 여름 들어서 처음으로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지기도 한 아주 더운 기간이었습니다.(물론 폭염경보를 피해서 여름휴가를 간 것은 잘 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밥을 하기위해 쌀독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1980년대 아주 어릴 적에 본 이후로 거의 본 적이 없는 쌀 벌레가 득실거렸기 때문입니다. ㅠ.ㅠ 갑자기 온몸이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밥은 지어야겠기에 물에 10번도 넘게 쌀을 씻으면서 물 위로 둥둥 떠오르는 벌레를 골라냈지만, 물에 뜨지 않는 벌레도 꽤 되어서 골라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죠. ㅠ.ㅠ 어쨌든 찝찝한 맘으로 밥을 지어서 먹긴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쌀벌레는 여름 무더위철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가장 왕성하게 번식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휴가기간 폭염경보가 내려지던 시기에 집안 모든 문과 창문을 꽁꽁 닫은 채로 일주일 이상 집을 비운 사이에 이 넘들이 가장 왕성하게 번식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우리집은 쌀을 처가에서 택배를 이용해서 받아서 먹는 덕에 쌀 사먹는 돈은 아끼고 있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도정해서 판매하는 곳에 비하면 쌀에 돌이나 이런 쌀벌레 유충이 든 채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아내가 싫어할까봐 웬만하면 내색은 안 했는데, 이번에 득시글 거리는 쌀벌레를 본 아내조차도 쌀을 모두 버리라고 하네요. ㅠ.ㅠ

 

웬만하면 음식 버리는 건 죄악으로 여기는 저도 쌀에서 벌레를 골라내려다가 엄두를 못 내고 남은 쌀을 모두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예전에는 몇년 동안 처가에서 온 쌀포대를 그대로 방구석에 놓아두고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쌀벌레가 생기지는 아닐까 걱정이 돼서 시중에서 "락앤X" 쌀통을 구입했는데, 뚜껑 틈이 벌어져 완전 밀폐가 안 되길래 반품하고, 나름 고풍(?)스럽고 습도조절도 된다고 하는 황토 쌀항아리를 구입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쌀을 모두 부어서 보관하니 쌀포대에 보관할 때보다 미관상 보기도 좋고 왠지 쌀벌레도 잘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든 물건이 "다있다"는 다이소에서 쌀벌레퇴치약을 구입해서 항아리 뚜껑 내부에 부착해서 지난 1년 정도 사용했습니다. 약간 매운 고추나 마늘 냄새가 나는 듯한데, 이 냄새가 쌀벌레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나봅니다. 실제로 쌀통에 깐마늘이나 칼집을 낸 빨간 고추 등을 넣어두면 쌀벌레가 안 생긴다고도 하는데 그런 원리를 이용한 게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이 방법도 한여름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나 봅니다. 물론 직접 마늘이나 고추를 넣어서 보관해본 적은 없지만 경험담을 보면 별 효과가 없었다는 말도 있고 하니 앞으로는 쌀이 오면 그냥 비닐팩에 나눠담아서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보관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아까운 항아리 ㅠ.ㅠ)

 

그리고 이 참에 아예 쌀냉장고를 사버릴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래도 기존 냉장고에 10kg이 넘는 쌀을 모두 넣어서 보관하기에는 공간이나 기타 여건상 무리가 있을테니 말입니다.

 

어쨌거나 지금껏 알게모르게 먹었을 쌀벌레의 양을 생각해보면 좀더 확실한 쌀벌레 퇴치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하루였습니다.